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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식/어린이병원 소식

늘 푸른 한 그루 나무처럼 - 박웅규 님(소아행정과)

 


어린이병원 소아행정과에서 근무 중인 박웅규 님은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이면, 어린이병원 8층으로 출근을 합니다. 어린이병원학교 ‘늘푸른교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병원 직원 중 유일한 교사인 박웅규 님이 어린이병원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 재학 중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던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성공적인 수술에 대한 보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박웅규 님은 이후 두 학기 동안 어린이병원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대학생 자원봉사에서 인연이 끝났을 수도 있는데, 1999년 3월에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사하게 된 것입니다. 신입사원이라 바빴지만 7월에 어린이병원학교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수가 없더군요. 일요일 하루 시간을 내는 것이니 그리 부다스럽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박웅규 님은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학교가 정식 개교하던 1999년 7월부터 지금까지, 꼬박 15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왔습니다. 학년 별로 수업이 나뉘어져 있지 않은 병원학교의 특성 상, 6~7세 아이에게 ‘0’의 개념을 가르치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날도 있고,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푸느라 온갖 공식을 동원해야 할 때도 있지만 박웅규 님에게는 그 한 두 시간이 더 없이 소중합니다. 특히 어린이병원학교에 다니던 아이가 퇴원 후 건강한 모습으로 사무실에 찾아와 인사를 할 때면 얼굴 가득 저절로 미소가 그려집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아픈 아이들의 수가 적어져서 어린이병원학교의 역할과 규모도 줄어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박웅규 님에게 15년 사이의 변화에 대해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초반에는 한 달에 4~5회씩 수업을 할 만큼 학생 수가 많았는데 요즘은 한 달에 두번 정도 수업을 합니다. 입원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어서라면 좋겠는데, 그건 아니에요. 동영상 강의 등 개교 당시에 비해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 덕분입니다. 하지만 보호자분들께서 늘푸른교실을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배려하고 교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곳, 부족하지만 저 같은 선생님한테 예절과 사회성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

 

박웅규 님은 어린이병원 입원 환아 수에 비해 늘푸른교실을 찾는 아이들의 수는 적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533명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세상의 학교가 그저 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듯 늘푸른교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박웅규 님은 힘이 닿는 한 같은 모습으로 늘푸른교실을 지키겠다는 바람을 전합니다.

 

투병 생활에 지친 아이들이 사람을 통해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다시 세상으로 나가 마음껏 꿈을 펼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함춘시계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