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희망을 말하다 - 인공와우 수술로 소리를 찾은 오승호 군




“안녕, 나는 승호라고 해. 내가 귀에 차고 있는 이건 인공와우라는 건데, 보청기랑 좀 비슷한 거야. 난 귀가 들리지 않아서 항상 인공와우를 차고 있어야 하거든. 가끔 너희 말을 잘 못 알아들을 수도 있어.”


승호의 인공와우가 신기한 반 아이들이 말을 건넬 때면, 승호는 항상 씩씩하게 대답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잘하고, 학습만화 읽는 것이 취미인 열 살. 뭐든지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친구들에게 반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로 손꼽힌다. 과학자가 꿈이고 최근에는 창의로봇 만드는 데 푹 빠져있다는 승호는 세 살 때 전정도수관확장증(EVAS) 판정을 받았다. 

36개월, 말이 다소 늦긴 했지만 워낙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는 탓이라고 생각했다. 

얼마간의 망설임 끝에 병원을 찾았을 때 부모님은 승호의 청력이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전정도수관확장증은 소리의 통로인 전정도수관이 커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질환이다. 

그렇게 승호는 1년 여간 보청기를 착용하다 다섯 살에 소아이비인후과 오승하 교수에게 첫 번째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머지 한 쪽 귀에도 인공와우를 달았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불안, 승호 어머니에게 찾아온 잠깐의 절망을 거두어간 것은 언제나 밝기만한 승호였다. 

안산에서 서울 혜화동까지, 병원을 오가는 길이 멀고 귀찮았을 법도 한데 승호는 늘 엄마 손을 앞장서 이끌었다.

착용한 인공와우가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승호는 배시시 웃으며 도리질을 친다. 

“인공와우를 안하고 있어도 괜찮지만, 하고 있으면 친구들 목소리도 잘 들리고 형이랑 놀이터에서 놀 수 있어서 좋아요. 음. 하고 있을 때가 더 좋은 게 많은 것 같아요.” 인공와우 수술로 청력을 거의 회복한 승호는 요즘 일주일에 한번씩 언어치료실에 다니고 있다. 또박또박 어딜 가든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탓에, 3학년이 되면서는 반장선거도 나갔다.

“승호랑 저는 누구든 인공와우에 대해서 묻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아이가 어디가 아프냐고 묻는 분이 계시면 언제든지 인공와우에 대해 설명해드릴 준비가 되어있죠. 그런데 가끔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안타까운 눈빛만 보내는 분들이 있어요. 아주 작은 시선인데, 그런 순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죠. 우리가 눈이 나쁘면 자연스럽게 안경을 쓰잖아요. 인공와우도 똑같아요. 저는 승호가 핸디캡이 있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면서 즐겁게 커 줬으면 해요. 제가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승호에게 힘을 얻었던 것처럼 다른 청각장애인들에게 꿈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엄마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좋아하는 발명가들의 이야기로 한바탕 수다를 늘어놓은 승호가 이내 형을 따라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놀이터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한 손에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로봇과 무선조종기도 야무지게 챙겼다.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끝에는 언제나처럼 힘찬 기운이 맴돌았다. 문 밖을 나서는 승호의 어깨에 제 자신과 꼭 닮은 환한 햇살이 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오후였다.



[VOM : Vision of Medicine/vol.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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