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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식/어린이병원 소식

[아름다운이야기]마라미 마라밍 살라맛 뽀!(대단히 대단히 감사합니다)

 

 

마라미 마라밍 살라맛 뽀!

갑자기 웬 마법 주문이냐고요? 마라미 마라밍 살라맛 뽀는 마법주문이 아니라 필리핀 말로  “대단히 대단히 감사합니다” 라는 감사의 인사라고 합니다.

지난 4월 7일 어린이병원 서6병동에서 낯선 외국인이 두 손을 모으며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필리핀 국적의 준 씨(33세). 그는 필리핀 다바오시에 사는 평범한 청년입니다. 그는 21세 때 심장병 수술을 받고 생명을 잃을 위기도 있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신학을 공부하며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 제니퍼(29세) 양을 만나 결혼했지만 너무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천장이 없는 가옥에 임시로 천장을 만들고 가정을 꾸렸다고 해요.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합니다.

 

2012년 4월 21일, 드디어 부부는 사랑의 결실로 아들 제이콥을 낳았습니다. 제대로 앉기도 힘든 높이의 다락방에서 출산을 했지만 첫 아이를 만난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고 하네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들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준 씨의 눈에는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제이콥은 여느 아이들과 달리 입술과 잇몸이 완전히 갈라져 있었습니다. 일명 ‘언청이’로 알려진 ‘구순열’이었던 것입니다. ‘구순열’은 얼굴에서 가장 흔한 선천성 기형 중 하나입니다. 제이콥을 본 필리핀 의료진이 수술 성공률이 50%라고 할 정도로 아이의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준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비싼 치료비도 문제지만 과연 수술을 잘 받을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습니다. 혹시나 잘못되면 아이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던 중 필리핀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강동현 선교사가 준 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주변 지인을 통해 한국에서 수술이 가능한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다. 서울의대 동문인 청담서울성형외과 김현철 원장의 도움으로 서울대학교병원 국제 교육 기금에서 환자의 치료비 430만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또 수술은 우리 병원 소아성형외과 김석화 교수가 집도하기로 했습니다. 강동현 선교사는 한국 입국 비자 발급과 통역을 맡았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어려운 형편 탓에 한국 방문 비자 취득이 쉽지 않았던 준 씨의 한국 입국을 돕기 위해 수술예약확인서를 강동현 선교사에게 보냈습니다. 그리하여 생후 23개월의 제이콥과 그의 부모는 지난 3월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고 그 즉시 제이콥은 어린이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김석화 교수는 낮선 한국에서 아들을 걱정하는 준 씨의 손을 맞잡으며 “필리핀에서는 수술 성공률이 50%지만, 한국에서는 100% 치료 할 수 있다” 고 안심시켰습니다.

 

4월 1일 오전 11시, 제이콥은 어린이병원 3층 수술장으로 향했습니다. 김석화 교수는 입술 성형술을 통해 완전히 갈려져 있는 제이콥의 입술을 예쁘게 교정, 여느 아이들과 같이 정상적인 외모를 갖추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수술 직후 제이콥은 회복실로 향했고 마취에서 깬 후에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준 씨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입술을 가진 아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번에는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였습니다. 그는 “저와 제 아들을 위한 하나님의 뜻과 사랑을 알게 되었다” 며 “제이콥을 도와주신 김석화 교수님, 김현철 원장님, 강동현 선교사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김석화 교수는 “수술이 너무 잘 되었다. 제이콥이 5살이 될 무렵에 입술과 코의 이차변형으로 인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며, 잇몸의 뼈 이식은 송곳니의 영구치 뿌리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는 9 ~10살 정도에 하면 된다” 고 말했습니다.

 

예쁜 입술을 찾은 제이콥과 부모는 어린이병원에서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4월 7일 퇴원했고, 28일에 고국인 필리핀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항공편과 한국 체류를 도운 유성렬 목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함춘시계탑]